(C) Warner Bros. Pictures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배트맨 3부작 완결편 <다크 나이트 라이지즈>(The Dark Knight Rises)가 곧 개봉한다(국내 개봉은 7월 19일). 이에 시네프린지는 놀런 배트맨 3부작의 바탕이 되었고 이들 작품을 구성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던 원작 만화를 소개하고, 그 요소들이 완성된 영화에 어떻게 녹아들었는지를 살펴볼까 한다.

이 글을 위해 배트맨 만화 시리즈의 국내 출판사 세미콜론에서 [다크 나이트 무비 컬렉션 1]을 시네프린지에 협찬하였음을 일러 둔다.


제1부 <배트맨 비긴즈> Batman Begins (2005)

(C) Warner Bros. Pictures


<배트맨 비긴즈>는 원래 있었던 시리즈의 컨티뉴이티를 무시하고 새롭게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리부트'라는 개념에 시큰둥했거나, 때로는 비판적이기까지 했던 팬들의 반응을 일거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려놓았을 정도로 획기적인 작품이었다. 이 영화는 수퍼히어로의 탄생 신화를 묘사하는 데 있어 현실이라는 중력에 발을 탄탄하게 디디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배트맨은 더 이상 삐까뻔쩍하고 젖꼭지가 드러난 쫄쫄이를 입지 않고, 되도 않는 농담을 하지도 않으며,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를 그보다 더 우스꽝스럽게 보여주느라 시간을 낭비하지도 않는다. 대신, <배트맨 비긴즈>의 배트맨은 법의 테두리 밖에서 이상적인 정의를 세우기 위해 분투하고, 어린 시절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혹독한 수련과 시험의 장으로 몰아넣는다. 그렇게 탄생한 배트맨은 점차 주위를 둘러싼 모든 것에서 불안과 공포를 느끼고 있는 우리 시대의 관객에게 그들을 위한 새로운 수퍼히어로의 모습이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묻고, 그를 위한 답을 조심스럽게 제시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정확하게 적중하여, <배트맨 비긴즈>는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흥행 면에서도 전 세계에서 3억 7천 만 달러 이상의 수입을 거두며 배트맨 프랜차이즈를 성공적으로 부활시켰다.

사실 <배트맨 비긴즈>의 기획이 발표되었을 때만 해도, 팬들의 배트맨 실사영화에 대한 인식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1997년 공개된 <배트맨 & 로빈> 때문이었다. 1989년 <배트맨>의 대성공과 함께 시작된 4부작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 영화는 화려한 영상과 시각효과를 선보였지만, 조악한 각본과 연출로 '최악의 배트맨 영화'라는 혹평을 받았다. 흥행 수입 역시 미국에서는 제작비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1억 달러 정도에 머물면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제작사인 워너 브라더스(배트맨의 요람인 DC 코믹스의 모회사)는 더 이상 배트맨 시리즈를 만들지 않기로 했고, 이후 8년의 공백기가 이어지게 된다. 물론 배트맨의 영상화가 <배트맨 & 로빈>과 함께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었다. TV에서는 애니메이션 시리즈인 <뉴 배트맨 어드벤처스>가 방영 중이었고, 1999년부터는 이 작품의 후속작인 <배트맨 비욘드>가 2년 동안 방영되었다. 그리고 DC 코믹스의 수퍼히어로 팀을 소재로 한 <저스티스 리그>와 <저스티스 리그 언리미티드> 등의 다른 시리즈에도 배트맨은 주요 캐릭터로서 계속 등장했다.

그렇지만 워너는 배트맨 실사영화 프로젝트를 포기하지 않았다. 이미 수퍼히어로는 헐리우드의 주요 흥행 코드 가운데 하나로 정착해 있었고, 이 과정에서 워너의 1989년판 <배트맨> 영화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미국에서만 2억 5천 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전 세계적인 배트맨 열풍을 일으킨 이후, 배트맨의 지명도는 그 어느 수퍼히어로 못지 않은 위치에 올라갔고 적어도 <배트맨 & 로빈> 이전까지, 배트맨 영화 시리즈는 워너의 알짜배기 수입원이었다. 만일 <배트맨 & 로빈>이 충분히 성공했다면, 워너는 이 영화를 연출했던 조얼 슈마커 감독에게 계속 시리즈를 맡겼을 것이다. <배트맨 트라이엄펀트>라는 제목으로 기획되었던 이 후속작은 스캐어크로우를 악역으로 하여 할리 퀸(여기서는 조커의 딸로 설정)의 복수극이 가미된 플롯으로 전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배트맨 & 로빈>의 실패로 <배트맨 트라이엄펀트>의 기획이 백지화되자, 워너는 당시 인기리에 방영 중이었던 애니메이션 시리즈 <배트맨 비욘드>의 실사판과 프랭크 밀러(스토리)-데이비드 마주켈리(작화)의 유명한 그래픽 노블 [배트맨: 이어 원]의 영화판을 제작하려고 했다. 특히 슈마커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으로 배트맨의 기원을 재해석했던 걸작 [배트맨: 이어 원]의 영화화를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하지만, <배트맨: 이어 원>의 기획안은 당시 <레퀴엠>으로 호평을 받았던 대런 애로노프스키에게 돌아갔고, 애로노프스키는 원작자 프랭크 밀러와 함께 적은 예산으로 필름 느와르 스타일이 강한, 그 전까지 보지 못했던 독특한 배트맨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 애로노프스키가 배트맨 역으로 고려했던 배우 가운데에는 훗날 <배트맨 비긴즈>에 주연했던 크리스천 베일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02년경 워너가 <수퍼맨 대 배트맨>의 제작을 결정하면서 <배트맨: 이어 원>은 중단됐다. 곧이어 이 프로젝트 역시 제작 준비에 난항을 겪게 되자, 워너는 지금까지의 기획안을 모두 뒤엎고 배트맨 시리즈를 '리부트'하기로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탄생한 작품이 바로 <배트맨 비긴즈>이다.

<배트맨 비긴즈>는 이전 4부작, 특히 후반부의 두 작품 <배트맨 포에버>와 <배트맨 & 로빈>이 겉만 번드르르하고 지나치게 만화(cartoon) 같았으며,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만한 이야기가 없었다는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메멘토>로 뛰어난 연출력을 선보였던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그야말로 배트맨이라는 캐릭터와 그가 활약하는 작품 세계의 근본으로 돌아가, 좀 더 어둡고 음울하며 현실의 물리법칙이 충실히 반영된 이야기를 그려냈다. 이를 위해 놀런과 공동 각본가 데이비드 S. 고이어는 배트맨의 기원과 그의 이야기를 현실적인 플롯으로 짜낸 원작 만화를 바탕으로 자신들만의 새로운 배트맨 세계를 구상했다. 다음에 소개한 몇 작품은 놀런을 비롯한 <배트맨 비긴즈>의 제작진이 영화를 만들면서 참고한 것들 가운데 일부이다.


[디텍티브 코믹스] 27호 Detective Comics #27 (1939년 5월)

(C) DC Comics


[디텍티브 코믹스] 27호는 배트맨의 첫 번째 이야기가 실린 역사적인 만화책이다. 여기에 실린 에피소드 "화학공장 연합체 사건"은 배트맨을 창안한 밥 케인(작화)과 빌 핑거(스토리)의 작품이다. 이들은 배트맨을 독특한 복장을 하고 강한 완력을 사용하는 탐정처럼 묘사했고, 플롯도 배트맨이 화학공장의 소유권을 둘러싼 살인사건을 해결한다는 미스터리 형식을 취했다. 이것은 이후 수십 년에 걸쳐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묘사하고 변주해 온 배트맨과 그가 활약하는 세계의 모태가 되었다. <배트맨 비긴즈> 역시 이 에피소드에 직간접적인 빚을 지고 있다. 특히 이 영화의 진지하고 음울한 분위기와 미스터리, 필름 느와르적 이미지의 근원을 거슬러올라가다 보면 결국 이 에피소드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 국내에 정식으로 번역 출간된 적은 없지만, 2005년 국내 출시된 <배트맨 비긴즈> 초회한정판 DVD의 특전 소책자에 영문판이 실렸다.


[배트맨: 이어 원] Batman: Year One (1987)

(C) DC Comics / Semicolon


[배트맨: 이어 원]은 <배트맨 비긴즈>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만화 가운데 한 편이다. 1986년 DC가 자사의 간판급 수퍼히어로들의 탄생 이야기를 새롭게 그리기로 결정하면서 기획된 작품인데, 프랭크 밀러(스토리)와 데이비드 마주켈리(작화)는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이라는 또 하나의 자아를 처음으로 형성하는 과정을 놀랍도록 현실적이고 냉정한 시선으로 다루었다. 이러한 시선은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배트맨 비긴즈>의 핵심으로 선택한 요소 가운데 하나임을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브루스 웨인은 오랜 방랑 끝에 가섬 시로 돌아온다. 그는 부모의 비극적인 최후와 같은 일이 가섬 시에서 다시는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데 일생을 바치기로 결심한 상태이다. 그러나 그 방법은 아직 알지 못하고 있다. 한편, 가섬 시는 온갖 악덕과 부패에 신음하고 있다. 이는 경찰이라는 조직도 예외가 아니었다. 부서장 제임스 고든은 썩어빠진 가섬 경찰당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청렴한 경찰관으로서, 자신을 적대시하는 조직에서 고독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마침내 웨인은 '박쥐'가 되기로 결심하고, 자신의 능력과 재력을 활용하여 법 테두리 밖에서 자신만의 싸움을 펼쳐가기 시작한다. 그런 두 사람의 운명이 마침내 교차하고, 가섬 시에는 작은 희망의 싹이 돋기 시작한다.

[배트맨: 이어 원]의 이러한 이야기 뼈대는 <배트맨 비긴즈>에 고스란히 옮겨졌다. 물론 고든의 가족 관계라든가 캣우먼의 등장, 고든과 위험한 감정을 나누는 새라 에센이라는 인물 등 여러 가지 요소가 빠져 있긴 하지만, <배트맨 비긴즈>는 마치 [배트맨: 이어 원]의 영화판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두 작품은 닮아 있다. 설정이나 장면 연출이 닮은 것도 적지 않다. 고든의 청렴함과 주위 동료들의 부패상이 충돌하는 몇몇 장면, 웨인이 배트맨으로 활동할 때 목소리를 변조한다는 설정, 포위된 배트맨이 박쥐 떼를 유인하여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는 전개, 조커의 등장을 암시하는 마지막 장면 등은 <배트맨 비긴즈>의 각본에도 상당히 비슷하게 반영되었다. 그렇기에 [배트맨: 이어 원]은 일본 출간시 아예 '<배트맨 비긴즈>의 원작'으로 홍보되기도 했다. 1987년 [배트맨] 404호부터 407호까지 연재되었고, 이후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번역 출간은 2008년.


[하강하는 남자] The Man Who Falls (1989)

[하강하는 남자]의 마지막 장면. (C) DC Comics


이 에피소드는 주요 DC 캐릭터들의 탄생 과정 에피소드를 묶은 단행본 [시크릿 오리진스]의 1989년판에 실렸다. 고층빌딩의 이무기돌 위에 앉아 있던 배트맨이 사건 해결을 위해 처음으로 그 아래 지점으로 떨어지기 직전, 그가 어떻게 배트맨으로서 제2의 삶을 살기 시작했는지를 회고하는 형식의 이야기이다. 부모를 거리의 악한에게 잃은 브루스 웨인은 14살의 나이로 고향을 떠나, 세계 각국을 돌며 훗날 배트맨이 활용하게 될 여러 가지 지식과 기술을 배우게 된다. 이렇게 웨인이 방랑을 하는 과정은 <배트맨 비긴즈>에 조금 다른 형식으로 반영되어 있긴 하지만, 오히려 이 작품은 주제 면에서 <배트맨 비긴즈>에 더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

크리스토퍼 놀런의 배트맨 3부작에는 '추락' 또는 '하강'과 이에 반하는 '상승'이라는 개념이 주제를 전달하는 중요한 장치로 사용되고 있다. 어린 시절 우물에 떨어진 웨인은 그곳에 연결된 동굴에서 쏟아져 나온 박쥐 떼로 인해 심리적 외상을 입는다(이 장면은 [하강하는 남자]에도 거의 비슷하게 묘사되어 있다). 하지만 그는 세상을 방랑하며 성장을 거듭하고, 마침내 공포심을 극복하는 법을 터득하게 되어 배트맨으로 거듭나는 중요한 변모를 겪는다. [하강하는 남자]의 마지막 장면에서 배트맨이 된 웨인은 가섬 시의 범죄를 없애는 수호자로서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그 첫걸음을 위해 이무기돌 위에서 스스로 뛰어내린다. <배트맨 비긴즈> 역시 웨인이 우물 속에 떨어지는 작은 추락으로부터 시작하여, 그가 부모를 범죄에 의해 잃는다는 커다란 추락을 겪게 되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혼란스러운 가섬 시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른다는 이야기로서 주제 면에서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영화 속에서 배트맨이 범죄 해결을 위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또는 그 반대로 하강하고 상승하는 장면이 수시로 나오는 것은 액션 장면의 필수적인 설정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주제를 관객에게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장치로서도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속편인 <다크 나이트>에서 더욱 심화된다. 배트맨은 가섬 시에 저항의 메시지를 던지며 영웅시되지만(상승), 결말에서 사람들이 결코 알아서는 안 되는 비밀, 즉, '가섬 시의 백기사'로 불리며 법 조직 내에서 정의를 실천해 왔던 검사 하비 덴트가 살인자인 투페이스로 전락했다는 사실을 지키고, 가섬 시에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 스스로 도망자가 된다. 이는 배트맨 자신의 선택이지만, 어쨌든 덴트의 죄를 뒤집어쓰고 영웅이라는 긍정적인 자리에서 내려온(추락, 전락) 것이다. 배트맨 3부작을 하나의 커다란 3막 구조로 본다면, <다크 나이트>는 주인공이 위기에 처하는 과정을 묘사한 중간 단계에 해당한다. 극중 덴트의 대사인 "밤은 동이 트기 직전이 가장 어둡죠."는 <다크 나이트>의 주제 핵심을 드러내는 대사 가운데 하나이다.

이쯤 되면 놀런 감독이 3부작의 완결편 제목을 '어둠의 기사 일어서다'라는 뜻인 <다크 나이트 라이지즈>로 지은 이유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배트맨 비긴즈>에는 웨인의 아버지 토머스의 입을 통해 의미심장한 대사가 나온다. "사람들이 왜 넘어지는 줄 아니, 브루스? 다시 일어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란다(And why do we fall, Bruce? So we can learn to pick ourselves up.)" 이 대사에서 쓰인 영어 단어 'fall'은 '넘어지다'라는 뜻도 되고 '떨어지다'라는 뜻도 된다. 지금까지의 3부작 이야기를 되짚어 보면, 결국 이 '상승과 하강'은 배트맨 3부작 전체를 통과하는 키워드가 되는 셈이다. 전작에서 '추락하는 남자' 또는 '떨어지는 남자'가 되었던 브루스 웨인 / 배트맨은 <다크 나이트 라이지즈>에서, 물론 아직 영화의 줄거리를 알 수는 없지만, 극적으로 '일어서는' 또는 '상승하는' 존재로 거듭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이 에피소드 역시 국내에 정식으로 번역 출간된 적은 없지만, 2005년 출시된 <배트맨 비긴즈>의 초회한정판 DVD 특전 소책자에 영문판이 실렸다. 여담이지만, 이 에피소드에서 웨인이 무예를 수련하는 장소 가운데 한 곳이 백두산이라는 점이 재미있다. 그곳의 사원에서 웨인은 사부인 키리기를 만나게 되는데, 그의 모습이나 사원의 외형 그 어느 것도 한국적이지 않다. 1989년 당시 한국에 대한 서구권의 인식이 지금과는 많이 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배트맨: 롱 할로윈] Batman: The Long Halloween (1996)

(C) DC Comics / Semicolon


1996년부터 이듬해까지 13편의 리미티드 시리즈로 출간되었던 작품. [배트맨: 이어 원]과 연결되는 이야기로서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 나이트>의 구성에 영향을 끼쳤다. 배트맨과 경찰서장 제임스 고든, 그리고 검사 하비 덴트는 가섬 시를 장악한 보스 카르미네 팔코네의 범죄조직을 궤멸시키기 위해 밀약을 맺는다.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배트맨과 법 조직 안에서 활동해야 하는 고든과 덴트가 법을 완전히 어기지 않는 범위 안에서 변칙적인 방법을 택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할로윈 날 팔코네의 조카 비티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한다. 그로부터 명절마다 팔코네 주위 사람들이 차례로 목숨을 잃게 되고, 정체불명의 살인자는 '홀리데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과연 홀리데이는 누구이고, 배트맨과 고든 그리고 덴트는 자신들의 이상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롱 할로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필름 느와르의 정의 그대로를 그림으로 표현한 듯한 스타일리쉬한 작화이다. 이 작화가 이루어 내는 분위기는 영화 <배트맨 비긴즈>를 비롯한 놀런 3부작의 영상 스타일과 너무나도 닮아 있다. 플롯 역시 정통적인 범죄/갱스터영화에 수퍼히어로 요소가 녹아든 듯한 느낌이다(첫 장면에서 영화 <대부>가 인용되는 부분부터 독자들은 미소를 지을 것이다). 여기에 [배트맨: 이어 원]과 일맥상통하는 현실적인 캐릭터와 상황 묘사는 작품의 매력을 높인 것은 물론, <배트맨 비긴즈>에서 배트맨과 고든, 그리고 레이첼 도즈가 서로의 장점을 활용하여 범죄조직에 맞서 간다는 플롯 설정의 바탕이 되기도 했다. 국내에는 2011년 번역 출간되었다.


다음 회에서는 3부작의 두 번째 작품, <다크 나이트>에 영향을 끼친 원작 만화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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